[결의문] 한국여성의전화와의 연대를 해소하며_인천여성의전화 결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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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2,948회 작성일 21-09-23 14:21본문
한국여성의전화와의 연대를 해소하며-인천여성의전화 결의문
인천여성의전화(이하 본회)는 한국여성의전화(이하 한여전) 및 전국 25개 여성의전화와 더불어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진정한 평화와 민주사회”를 실현할 목적으로 28년간 여성인권운동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이제 본회는 한여전과의 연대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며 이에 대한 본회의 입장을 밝힌다.
1. 경과
2015년 이후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혐오에 급진적으로 대항하는 여성운동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들은 기존의 여성운동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였다. 기성 여성운동계 및 여성학계는 미러링과 같은 운동방식을 문제 삼아 이들을 거부하고 배제하였다. 그러나 본회는 이들과의 연대가 시대적 과업이라 판단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을 경청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이라 보았다. 그러나 한여전은 이러한 시도가 혐오주의자들에게 동조하는 것이라며 본회에게 연대 활동의 중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월과 3월, 온라인상에서 급진적 여성운동에 대해 도를 넘은 비난과 혐오 발언이 만연했다. 이에 분노한 본회 회원이 반박의 글을 올렸으며 이 글이 맥락 없이 여기저기로 옮겨지면서, ‘혐오’ 발언으로 오도되고 글을 쓴 당사자는 ‘혐오주의자’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그러자 한여전은 본회 회원을 징계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글이 본회와 한여전의 정관 목적에 위배 된다고 통보해 왔다.
본회는 평소 회원의 글과 생각을 검열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관에 위배 될 만한 혐오 활동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여전에 혐오에 대한 실체와 급진여성주의자들과 연대 등에 관하여 전국의 25개 여성의전화와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그 후 한여전 담당 활동가와의 몇 차례에 걸친 짧은 통화와 회원 처리 요구 공문, 정작 한여전이 제기했던 사건 및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진행된 대면 조직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이어 한여전은 한여전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기 위한 시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고지부로 지정하고 제명도 불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2. 한여전의 징계 사유와 본회의 입장
한여전의 이사회가 의결한 본회에 대한 징계 사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회가 회원의 혐오 발언을 묵과했고 둘째 본회 활동이 한여전 정관의 목적에 위배 된다. 마지막으로 앞의 두 가지 사유로 인해 한여전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이러한 징계 사유에 대한 본회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회는 사건을 인지한 이후 본회 규정에 따라 회원의 소명을 듣고 자제를 요청하였다. 이후 회원도 수용했고 더 이상의 관련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본회는 회원의 글은 맥락상 문제의 원인을 여성운동에 투사하면서 폭력과 혐오를 일삼는 집단적 행위에 대한 분노요, 저항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여전이 본회 회원의 일에 개입할 조직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본회가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한여전 정관에 위배 되는 활동을 했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 현재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새로운 여성폭력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그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들과 연대하는 것은 여성폭력 추방운동을 하는 본회의 목적 활동 중 하나이다.
셋째 본회는 한여전이 지켜야 할 명예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한여전은 본회 회원의 발언으로 한여전이 혐오단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회원이 탈퇴하고 있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의 비난과 회원탈퇴는 본회 역시 자주 겪는 일이다.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은 늘 마녀, 나쁜 여자 등으로 비난받아 왔다. 때문에 이러한 비난을 본회의 명예에 대한 훼손으로 보기보다는 여성폭력에 대한 치열한 저항의 훈장으로 여긴다. 또 본회의 회원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생각과 발언과 행동을 한다. 본회는 이런 차이가 소통의 장을 거치면 힘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알기에 회원에게 탈퇴를 요구하거나 제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여전은 다양성의 존중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내부의 차이는 인정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를 스스로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한여전에서 제시한 본회에 대한 징계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3. 본회의 죄는 스스로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
본회는 여성폭력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운동 조직으로서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연대만이 선(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자 운동은 다수지배집단의 권력에 저항하고, 질서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정치적 실천이며 연대는 이를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은 권력을 겨냥해야 한다.
본회는 성 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을 존중한다. 그러나 현재의 성 소수자들이 재현하는 여성성은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이고, 그들 집단에서 여성 혐오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또한 트렌스젠더리즘이 불러오는 사회적 문제들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성 소수자들이 재현하는 여성성을 다원주의라는 명분으로 수용하라는 요구를 본회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적 대상화된 여성성을 ‘모방’과 ‘놀이’로 재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나 권력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그러므로 여성 혐오를 재생산함으로써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의 평등’에만 방점을 찍을 때 여성은 모두를 고려하느라 정작 자신을 부정해야 하고(이것이 가부장제의 속성이다!) 성평등이라는 여성운동 고유의 좌표를 잃어버리게 된다.
새로이 부상한 급진적 여성주의자들 역시 소수집단이고 소수자 운동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소수 여성운동가로서의 주체성과 정체성은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성행하는 극단적인 여성 혐오와 폭력에 맞서며 자력으로 성장한 여성운동의 주체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점과 활동 방식이 기존의 여성운동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놀라움, 불안, 공포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비도덕적이고 남성 혐오적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거부되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일종의 ‘소수자 감별사’가 존재한다. 주류세력이 인정할 때만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관용’이며 이는 지배 권력의 도구로 다원주의가 활용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지배자의 억압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방어 행위를 혐오로 몰고 가는 것은 왜곡된 판단이고 인식적 오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이질적 대상에 의해 기존의 익숙한 질서가 흔들릴 때 거부감과 공포를 느낀다. “나의 안정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느낌이 공포의 원인이다. 그러나 이질적 대상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들 때, 공포감은 분노로 바뀌고 혐오가 형성된다. 혐오란 감시와 처벌을 통해 지배집단이 피 지배집단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여성에 의한 남성 혐오는 있을 수 없다.
사회정의는 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사회적 자원의 배분에서 공식적 지위를 얻어야 한다.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소수자가 된다. 이들이 자원배분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기존질서를 개방하고 권력을 분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다원주의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원주의는 당위적 해석과 주장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한여전이 보여준 소통절차의 생략이나 거부는 그들의 다원주의적 주장이 실천이 아닌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28년을 함께 해 온 여성운동 동지의 판단과 결정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자신만이 옳다고 믿으며 외부의 평가에 더 영향받는 한여전은 다원주의라는 가면을 쓴 권위적인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회가 스스로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문제 삼아 징계에 나선 한여전에게 지부란 적어도 자매애와 신뢰로 연결된 동등한 연대체나 동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4. 본회의 결의
이제 본회는 한여전의 지부라는 연대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위와 결정을 거부하고 결별을 선언한다. 현재 한여전의 구조와 가치로는 더 이상 여성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을 전개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본회는 더 큰 비난과 배제, 고립, 핍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보다 불화를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여성운동의 길이요 자세라고 믿기 때문이다.
본회는 여성의전화운동의 역사 속에서 성장했으며 그 역사는 변하지 않는 본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바로 그 토대 위에서 새롭고도 선명한 여성운동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여성주의적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소통과 대화라는 원칙을 지키며 새로운 여성주의 정치학의 틀을 만들기 위해 신발 끈을 다시 맨다. 여성에 대한 착취와 혐오가 존재하는 어느 곳이든 ‘인천여성의전화' 라는 본회 이름이 함께 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맞설 것이다.
오늘의 이 결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새로운 여정을 향한 지금의 이 결정은 당당하고 단단한 여성운동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3-03-14 11:18:41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div>
인천여성의전화(이하 본회)는 한국여성의전화(이하 한여전) 및 전국 25개 여성의전화와 더불어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진정한 평화와 민주사회”를 실현할 목적으로 28년간 여성인권운동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이제 본회는 한여전과의 연대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며 이에 대한 본회의 입장을 밝힌다.
1. 경과
2015년 이후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혐오에 급진적으로 대항하는 여성운동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들은 기존의 여성운동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였다. 기성 여성운동계 및 여성학계는 미러링과 같은 운동방식을 문제 삼아 이들을 거부하고 배제하였다. 그러나 본회는 이들과의 연대가 시대적 과업이라 판단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을 경청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이라 보았다. 그러나 한여전은 이러한 시도가 혐오주의자들에게 동조하는 것이라며 본회에게 연대 활동의 중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월과 3월, 온라인상에서 급진적 여성운동에 대해 도를 넘은 비난과 혐오 발언이 만연했다. 이에 분노한 본회 회원이 반박의 글을 올렸으며 이 글이 맥락 없이 여기저기로 옮겨지면서, ‘혐오’ 발언으로 오도되고 글을 쓴 당사자는 ‘혐오주의자’로 낙인찍히게 되었다. 그러자 한여전은 본회 회원을 징계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글이 본회와 한여전의 정관 목적에 위배 된다고 통보해 왔다.
본회는 평소 회원의 글과 생각을 검열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관에 위배 될 만한 혐오 활동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여전에 혐오에 대한 실체와 급진여성주의자들과 연대 등에 관하여 전국의 25개 여성의전화와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그 후 한여전 담당 활동가와의 몇 차례에 걸친 짧은 통화와 회원 처리 요구 공문, 정작 한여전이 제기했던 사건 및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진행된 대면 조직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이어 한여전은 한여전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기 위한 시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고지부로 지정하고 제명도 불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2. 한여전의 징계 사유와 본회의 입장
한여전의 이사회가 의결한 본회에 대한 징계 사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회가 회원의 혐오 발언을 묵과했고 둘째 본회 활동이 한여전 정관의 목적에 위배 된다. 마지막으로 앞의 두 가지 사유로 인해 한여전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이러한 징계 사유에 대한 본회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회는 사건을 인지한 이후 본회 규정에 따라 회원의 소명을 듣고 자제를 요청하였다. 이후 회원도 수용했고 더 이상의 관련 글을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본회는 회원의 글은 맥락상 문제의 원인을 여성운동에 투사하면서 폭력과 혐오를 일삼는 집단적 행위에 대한 분노요, 저항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여전이 본회 회원의 일에 개입할 조직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본회가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한여전 정관에 위배 되는 활동을 했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 현재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새로운 여성폭력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그에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들과 연대하는 것은 여성폭력 추방운동을 하는 본회의 목적 활동 중 하나이다.
셋째 본회는 한여전이 지켜야 할 명예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한여전은 본회 회원의 발언으로 한여전이 혐오단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회원이 탈퇴하고 있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의 비난과 회원탈퇴는 본회 역시 자주 겪는 일이다.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은 늘 마녀, 나쁜 여자 등으로 비난받아 왔다. 때문에 이러한 비난을 본회의 명예에 대한 훼손으로 보기보다는 여성폭력에 대한 치열한 저항의 훈장으로 여긴다. 또 본회의 회원들은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생각과 발언과 행동을 한다. 본회는 이런 차이가 소통의 장을 거치면 힘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알기에 회원에게 탈퇴를 요구하거나 제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여전은 다양성의 존중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내부의 차이는 인정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를 스스로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한여전에서 제시한 본회에 대한 징계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3. 본회의 죄는 스스로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한 것
본회는 여성폭력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운동 조직으로서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연대만이 선(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자 운동은 다수지배집단의 권력에 저항하고, 질서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정치적 실천이며 연대는 이를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항은 권력을 겨냥해야 한다.
본회는 성 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을 존중한다. 그러나 현재의 성 소수자들이 재현하는 여성성은 성적 대상화된 여성의 모습이고, 그들 집단에서 여성 혐오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또한 트렌스젠더리즘이 불러오는 사회적 문제들도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성 소수자들이 재현하는 여성성을 다원주의라는 명분으로 수용하라는 요구를 본회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적 대상화된 여성성을 ‘모방’과 ‘놀이’로 재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나 권력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그러므로 여성 혐오를 재생산함으로써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의 평등’에만 방점을 찍을 때 여성은 모두를 고려하느라 정작 자신을 부정해야 하고(이것이 가부장제의 속성이다!) 성평등이라는 여성운동 고유의 좌표를 잃어버리게 된다.
새로이 부상한 급진적 여성주의자들 역시 소수집단이고 소수자 운동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소수 여성운동가로서의 주체성과 정체성은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성행하는 극단적인 여성 혐오와 폭력에 맞서며 자력으로 성장한 여성운동의 주체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관점과 활동 방식이 기존의 여성운동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놀라움, 불안, 공포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비도덕적이고 남성 혐오적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거부되어야 할 존재가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일종의 ‘소수자 감별사’가 존재한다. 주류세력이 인정할 때만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관용’이며 이는 지배 권력의 도구로 다원주의가 활용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지배자의 억압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방어 행위를 혐오로 몰고 가는 것은 왜곡된 판단이고 인식적 오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이질적 대상에 의해 기존의 익숙한 질서가 흔들릴 때 거부감과 공포를 느낀다. “나의 안정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느낌이 공포의 원인이다. 그러나 이질적 대상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들 때, 공포감은 분노로 바뀌고 혐오가 형성된다. 혐오란 감시와 처벌을 통해 지배집단이 피 지배집단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여성에 의한 남성 혐오는 있을 수 없다.
사회정의는 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사회적 자원의 배분에서 공식적 지위를 얻어야 한다.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소수자가 된다. 이들이 자원배분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기존질서를 개방하고 권력을 분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다원주의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다원주의는 당위적 해석과 주장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것이다.
한여전이 보여준 소통절차의 생략이나 거부는 그들의 다원주의적 주장이 실천이 아닌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28년을 함께 해 온 여성운동 동지의 판단과 결정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자신만이 옳다고 믿으며 외부의 평가에 더 영향받는 한여전은 다원주의라는 가면을 쓴 권위적인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회가 스스로 말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문제 삼아 징계에 나선 한여전에게 지부란 적어도 자매애와 신뢰로 연결된 동등한 연대체나 동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4. 본회의 결의
이제 본회는 한여전의 지부라는 연대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위와 결정을 거부하고 결별을 선언한다. 현재 한여전의 구조와 가치로는 더 이상 여성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을 전개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본회는 더 큰 비난과 배제, 고립, 핍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보다 불화를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여성운동의 길이요 자세라고 믿기 때문이다.
본회는 여성의전화운동의 역사 속에서 성장했으며 그 역사는 변하지 않는 본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바로 그 토대 위에서 새롭고도 선명한 여성운동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여성주의적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소통과 대화라는 원칙을 지키며 새로운 여성주의 정치학의 틀을 만들기 위해 신발 끈을 다시 맨다. 여성에 대한 착취와 혐오가 존재하는 어느 곳이든 ‘인천여성의전화' 라는 본회 이름이 함께 할 것이며 적극적으로 맞설 것이다.
오늘의 이 결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새로운 여정을 향한 지금의 이 결정은 당당하고 단단한 여성운동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3-03-14 11:18:41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