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젠더박살 프로젝트]를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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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255회 작성일 19-08-3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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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박살 프로젝트]를 열면서

               

인천여성의전화는 10월 3일 부산, 6일 광주, 9일 서울에서 열리는 쉴라 제프리스 초청 강연 [젠더박살 프로젝트]를 열다북스와 공동주최합니다.


젠더가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할 때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오랫동안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에 맞서 싸워 왔습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자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태어나지 말아야할 존재로 규정 당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여아임신중단’과 여아살해는 사회문화적으로 만연해 있었고, 지금도 어떤 나라에서는 여자와 여아에 대한 살해와 신체에 대한 폭력 및 착취가 공공연히 자행됩니다. 여자는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착취와 종속의 대상이 되며, 여자로서의 성역할을 강요 받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성적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아버지와 남편의 말에 순종해야 하며 아들보다 앞서서는 안된다는 것, 이러한 종속을 뼈와 몸에 새기도록 만든 것이 바로 ‘젠더’이며, ‘코르셋’입니다. 새로운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코르셋을 벗기 위한 운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인천여성의전화 또한 10대 탈코 캠프와 스쿨미투 운동을 통해 이러한 발걸음에 함께 해 왔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성별에 덧씌워지는 ‘성역할’ 즉, 여자에게 강요되는 여성성과 남자에게 주어지는 남성성을 ‘젠더’라고 불러왔습니다. 우리 페미니스트들은 오랫동안 젠더를 성차별로 규정하고 싸워왔습니다. 여자에게 여성의 성적 역할을, 남자에게 남성의 성적 역할을 할당하여 여자가 감히 남자의 영역을 넘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바로 젠더입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이러한 성차별과 성역할 강요에 저항하며 새로운 여성들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젠더’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해온 용법으로부터 벗어났고, 이제는 여성폭력이라는 말 대신에 ‘젠더폭력’이라는 단어를 쓰도록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젠더가 성역할이며 그 자체로 성차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이는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젠더폭력’이나 ‘젠더차별’은 동어반복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여성학 세미나에서 ‘젠더 아카데미’, ‘젠더 연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젠더 파티’라는 행사까지도 열렸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여성폭력방지법’이 아니라 ‘젠더폭력방지법’으로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왜 여성들이 싸우고 있는 대상이 여성폭력이 아니라 젠더폭력이어야 하는지 속시원하게 설명해낸 사람은 없습니다. 여성이 당하는 폭력은 여자라는 성별 때문이지 여자가 특정한 젠더를 수행했거나 따랐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최근 여성학 연구들은 ‘젠더 수행’이라는 표현으로 남자가 여자가 될 수 있다거나 여자가 남성성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에 맞서 싸워온 활동가들로서는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젠더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설명해주는 새로운 도구였는지 몰라도, 지금 쓰이는 용법들을 보면 이 새로운 단어는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합의되고 함께 익혀 온 젠더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가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진 것인지 의아한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물어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젠더라는 단어가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지거나 여성의 몸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젠더가 대체 무엇입니까?”


여자만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물론이고 전국의 많은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가정폭력, 상업적 성착취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상담소나 쉼터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남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하고 고통을 겪은 여성들과 이 여성들을 지원하려는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호주나 영국, 캐나다와 같은 나라들은 ‘성전환’ 수술을 한 남자들 뿐만 아니라 호르몬 요법도 받지 않은 남자들, 가끔 여장을 할 뿐인 남자들까지도 젠더라는 이름 아래에서 여성으로 편입시키고 있으며 이는 특히 여성이 안전해야 할 공간 – 화장실과 탈의실, 여성교도소와 여성 쉼터 등 - 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젠더권’을 법에 새긴 캐나다와 같은 나라에서 여성 공간이 위협받고 있는 현상을 보면 한국에서 젠더를 공식 용어로서 법에 새기자는 운동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의심됩니다.


1995년 캐나다의 밴쿠버 강간 구호 센터 및 여성 쉼터(VRRWS)에서 닉슨이라는 남성 신체 트랜스젠더가 강간 위기 콜센터의 상담사로 일하고 싶다고 지원하였는데, 센터에서는 여성 피해자 상담은 여자로 태어나 살아온 경험이 있는 여자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 이 사람을 상담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권유하였습니다. 닉슨은 이런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걸었고 2002년 1월 브리티시컬럼비아 인권 재판소는 VRRWS가 “여자 아동과 성인 여자로서의 경험이 강간이나 구타 피해를 당한 여자를 대하는 상담사가 되는 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면서 닉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2003년 12월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법원은 인권 재판소 판결에 대해 사법심사를 한 후 이를 뒤집어 VRRWS의 결정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닉슨은 2005년 브리티시컬럼비아 항소 법원에 항소했으며 2005년 12월 항소 법원은 만장일치로 이를 기각하고 VRRWS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VRRWS는 처음 닉슨과 만난 지 10년만에서야 자원봉사자를 뽑을 때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남자로 자라난 사람을 배제할 수 있게 되었고 쉼터에 들어올 사람을 결정할 권리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성만을 위한 여자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소수자 및 퀴어 운동권의 공격으로 VRRWS는 최근까지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정부의 자금 지원마저 끊긴 상황입니다. 주로 남성 신체를 가진 이들은 센터의 유리문에 폭언으로 낙서를 하고, 죽은 쥐를 걸어 놓으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남자에 의한 성폭력을 경험한 여자들이 머물고 있는 그 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밴쿠버 강간 위기 센터와 쉼터가 겪고 있는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연대의 뜻을 전합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을 젠더폭력이라고 바꾸기 위해서는 젠더가 무엇인지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합의된 결론이 있어야만 하며 그래야지만 밴쿠버 센터가 당한 것과 같은 참사를 한국에서 반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지부들은 이미 90년대 후반에 남성을 상담원으로 받아들일지에 관해 토론한 바 있으며 여자로서 살아온 여자의 경험이 없는 사람, 남성의 목소리와 외모로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선한 의도라 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습니다. 성폭력 및 성착취 피해 여성들을 상담하고 위기 지원을 하며 자조 모임을 만들고 쉼터를 운영하는 전국의 여성단체들은 젠더권이 법에 새겨지면서 여자의 공간이 위협받고 안전이 침해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미리 그 정보를 접하고 고민을 나눌 자리가 필요합니다. 남자들과 남자가 섞여 있는 조직들은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단체나 페미니스트들을 일방적으로 혐오자로 몰아서 여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대안을 세우는 일을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젠더를 박살낼 페미니즘
쉴라 제프리스는 영국 출신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호주 멜버른 대학교에서 성 정치학, 국제 성 정치학, 레즈비언 및 게이 정치학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국제적인 인신매매와 성산업에 반대하는 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왔으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 왔습니다. 한국에는 2008년 여성인권중앙센터가 주관한 성매매 방지법 시행 4주년 기념 전문가 회의 초청 연사, 2012년 여성가족부 주관 성매매 방지 국제 심포지엄 기조연설 및 연사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 방문입니다. 지난 두 번의 방문에서 쉴라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국가인 호주의 생생한 사례를 들려주면서 한국 ‘성매매방지법’의 중요성과 가치를 역설한 바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젠더를 법에 새기고 특히 수술이나 호르몬 요법 없이도 정신이 여자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여자로 인정해주는 법을 도입한 영국과 호주의 상황을 우리에게 들려줄 계획입니다. 우리는 남성 신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자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겪을 일과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열다북스와 함께 이 행사를 공동주최하면서 [젠더박살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젠더는 여성의 몸을 여성적 성역할에 가두는 것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종속, 차별’을 의미하기 때문에 깨부수고 벗어버려야 하는 것이라는 뜻을 표현한 것입니다. 여성의전화는 일상 속 먼지와 같은 차별에 대항해 싸우고 있고, 특히 여성혐오에 관해서라면 그 어떤 성역도 없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있습니다.

쉴라 제프리스의 이번 방문은 탈코르셋 운동과 4B운동, 반성폭력 운동을 통해 ‘젠더를 박살’내고 있는 한국 여성운동의 새로운 주체들이 초청한 것이라는 데에 큰 의의가 있으며 동시에 여성운동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더에 대한 복잡한 논의들을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페미니스트들이 젠더의 의미를 다시 묻고, 여성폭력에 대항하는 여성운동가의 여성주의적 관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나누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여 입막음하려는 데 대하여 분명히 반대합니다. 새로운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내세우는 새로운 관점, 어떻게 보면 원래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던 여성운동의 핵심 가치를 되찾는 일에 대해서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주제든 놓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여성억압을 박살내고 가부장제를 철폐하여 마침내 해방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2019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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