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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대리모’는 인권침해이며 여성착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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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478회 작성일 19-05-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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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대리모’는 인권침해이며 여성착취입니다.]

최근에 서울 퀴어퍼레이드 조직위가 대리모 기업인 “블루드베이비(www.bluedbaby.com/)”의 후원을 철회하면서 입장문을 발표하였습니다. 퀴퍼 조직위 측은 처음에 “한국 사회에서 대리모와 관련된 복잡한 맥락에 대한 논의나 담론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직위가 어떠한 합의된 입장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대리모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착취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페미니스트들이 더 크게 비판하고 나섰으며 퀴퍼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 레즈비언 단체는 참가를 철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퀴퍼 조직위는 추가 입장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추가 입장문에서 ‘여성단체’와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대리모는 무조건 나쁘다’라는 입장을 낸다면 오히려 향후 한국에서 보다 깊이 다루어져야 할 대리모 관련 담론을 선과 악의 구도로 단순하게 축소해버리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담긴 조언을 들었습니다. 만약 조직위가 스폰서쉽 중단을 결정한다면, 자세히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따라 조직위는 최대한 입장문을 간결하게 작성했습니다. 관련 자문을 준 곳과 조직위 모두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여 착취하는 형태의 대리모 산업은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략> 자문을 주신 전문가들이 모두 입을 모아 ‘대리모 관련하여 매우 복잡한 맥락이 있어서 우리도 단순히 하나로 잘라 말할 수 없고 앞으로 논의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오히려 저희가 미처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을 존중하는 차원이었습니다.” http://sqcf.org/notice/177225

퀴퍼 조직위는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성단체'와 어떤 분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관련 분야 전문가’의 자문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여 착취하는 형태의 대리모 산업은 명확하게 반대한다”면서 대리모 산업이 그 자체로 여성 도구화이며 착취라는 것을 부정합니다. 이는 성착취 산업에서 직접적인 착취와 학대만 없으면 ‘성매매’ 자체는 문제가 없고 성착취 피해자가 되는 것도 ‘노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맥락과 비슷합니다. 게다가 대리모에 관련한 매우 복잡한 맥락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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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사업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결합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여성착취 중 하나입니다. “부자 나라의 불임 부부에게 꿈에도 소원인 예쁜 아기를,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 여성에게 온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일확천금을” 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리모 사업은 ‘여성이 여성을 돕는 일’로 아름답게 선전되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은 대리모 산업이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초국적 기업 형태로서 사업가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올려준다는 현실을 지웁니다. 이는 마치 상업적 성착취에서 성착취 피해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함으로써 수입을 얻으며 이를 ‘구매’한 남성은 욕구를 해소할 수 있으니 쌍방이득이라고 해석하는 관점과 흡사합니다. 이런 식의 ‘성노동론적’ 논의는 성착취가 사실상 거대한 산업이라는 것과 여성의 몸을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포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웁니다. 또한 성착취 피해 여성이 성매매를 통해 버는 돈보다 그 몸과 정신에 입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사실 역시 지웁니다. 또 여성의 몸을 돈 몇 푼에 권력 확인과 욕구 분출의 도구로 삼는 문화가 모든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웁니다. 그래서 여성의 몸에 대한 가부장적 착취 구조를 ‘자발적 거래’와 ‘상호 교환’으로 해석하는 이런 관점에 대항해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가열차게 투쟁해 나가고 있습니다.

구글베이비(GoogleBaby) 라는 영화는 구글 쇼핑하듯이 인터넷 클릭 몇 번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자와 난자를 ‘선택’하여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만 하면 시험관에서 만들어진 수정란이 제 3세계 여성들에게 착상되고, 9개월 후에 태어난 아기가 주문자에게 ‘배달’되는 시스템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이 영상에서 대리모 기업을 운영하는 이스라엘 남성은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고 임신을 인도에 ‘아웃소싱’하는 자신을 ‘베이비 프로듀서’라고 당당히 소개합니다. https://eidfblog.tistory.com/451

또한 최근에는 불임 부부뿐만 아니라 남성동성애 커플을 위한 대리모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퀴어 퍼레이드 스폰으로 문제가 된 블루드베이비(Bluedbaby)의 경우 중국인 사업가가 미국에 법인을 두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에 지사를 운영하면서 부유한 나라의 게이 커플을 위해 ‘주문’을 받고 인도, 네팔, 태국, 캄보디아,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계층 여성들을 ‘이용’하여 막대한 돈을 벌어들입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어머니의 날 특가 세일’ 행사가 홍보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날 이 회사는 더 저렴한 가격에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모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비용을 낮추었습니다. 또한 HIV와 임질, 매독 등 성병에 걸린 남성의 정자를 이용해 여성의 몸에 임신시키기 위한 의학적 기술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대리모가 되는 여성은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의 ‘대를 잇기’ 위해 사용되며 바이러스가 모체에 감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약물을 복용할 것을 권장 받기까지 합니다. ‘아기 아빠’이자 ‘아기 상품의 주인’인 남성들은 출산 기일에 맞추어 대리모가 있는 나라에 가서 분만실에 들어가 아기가 태어나는 장면을 ‘목격’하고 직접 탯줄을 자르며, 주문 생산된 아기를 바로 받아 안고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 업체가 자랑하는 차별화된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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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2018년부터 상업적 대리모가 금지되었습니다. 그러자 대리모 기업들은 네팔, 태국, 캄보디아로 냉동된 배아와 임신한 여성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이제 대리모 사업은 그리스, 라오스, 우크라이나로 이동하고 있고 아프리카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리모를 금지하면서 인도 여성들은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족도 친구도 없고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케냐까지 대리 출산을 하러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이렇게 산업에 의해 착취와 학대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 가난한 나라, 더 취약한 계층의 여성들에게 대리모가 돈벌이로서 매력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조금이라도 생활환경이 갖추어진 사람은 절대로 그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대리모 회사들은 미국에서라면 4만달러가 들 일을 인도에서는 1만 달러에 해결할 수 있다고, 더 가난한 다른 나라로 가면 7, 8천 달러에도 가능하다고 선전합니다.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 해외여행 한번 할 돈이면 가난한 나라 사람에게는 집이 몇 채가 생깁니다. 부유한 사람들은 이런 격차를 이용하여 착취를 정당화하고 너무나도 쉽게 여성의 몸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확천금’을 바라고 여성이 대리모를 한다고 해서 가난이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한 번 대리모를 해서 돈을 번 여성이 두 번, 세 번 가능할 때까지 더 많이 대리모를 하는 이유입니다. 굴러내리는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올리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스처럼 고통과 고난의 길이 빈곤층 여성들에게 주어져 있고, 대리모 산업과 성착취 산업은 이런 일들을 마치 직업이며 자기계발인 양 선전합니다. 
그리고 계층 문제만큼이나 더욱 놓쳐서는 안 되는 사실은, “남자들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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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모성을 착취하며 생명을 거래하는 ‘대리모’ 관행은 반인도주의적이고 비윤리적인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임신중단합법화•낙태죄 폐지 운동을 하면서 국가에 의해 통제되며 인구 정책의 도구로 이용되는 여자 몸의 주권을 찾기 위해 싸웠고 결국 헌법 불합치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국가가 시장과 결합하거나 시장을 주도하여 여자 몸을 도구로 삼아 외화벌이를 했던 마음 아픈 역사 또한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저개발 국가의 취약 계층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은 여성의 몸을 도구로 삼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모든 착취자에게 반기를 들고 싸우는 것입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서울 퀴어퍼레이드 조직위의 추가 입장문에 유감을 표하며, 대리모는 그 자체로 여성을 도구화하고 착취하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또한 대리모 관련 담론은 ‘향후 한국에서 보다 깊이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 잠정적으로 의견을 유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오가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활발한 의견 제시와 참여로 이미 담론이 구성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 문제를 깊이 다루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 여기에서 깊이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미 말하기 시작했고, 준비가 되었습니다.



2019년 5월 15일 


사단법인 인천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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