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여성가족부 폐지하고, 성평등정책 총괄전담기구 대통령 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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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538회 작성일 22-04-06 16:57본문
결국은 또 거리에서 외칩니다. 3개월이냐 6개월이냐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시위 계획은 대통령 취임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실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대통령 시대는 여성들의 전국적인 시위로 막을 열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전략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 선뜻 믿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말만 있을 뿐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당선을 위해 막무가내로 던졌던 ‘여가부를 폐지하고 무고죄를 강화하겠다’는 끔찍한 공약 대신에, 성차별에 의한 부정의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길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우리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한국여성인권플러스 부설기관들이 지원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은 여성이기에 겪는 차별과 폭력의 문제와 더불어 이주민이기에 겪게 되는 차별과 배제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과 그 결과로 살해당하는 사건들이 연일 터지던 2000년 초반부터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지원하는 기관을 만들게 되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나마 여성가족부라는 전담 부처가 있었고, 여성가족부는 여성들이 처해 있는 불평등과 폭력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주여성들도 보통의 한국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성폭력, 성착취 및 인신매매로 인한 문제를 고스란히 겪으면서 거기에 더해 체류자격의 불안정은 이주민으로서 한국 안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제약과 억압의 고통을 경험하게 합니다. 폭력 피해로 인해 미등록 체류 상태로 전환되어버린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이주여성상담소가 유일합니다. 만약 여성가족부가 없었다면 정부는 여성폭력의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윤석열 당선인이 말하듯 그냥 개인이 겪는 특수한 상황으로 여겼을 테니까요.
지금 논의가 되어가는 내용대로라면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사업은 법무부에 할당된다고 합니다. 법무부는 법을 집행하는 곳입니다.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여성 피해자들 중에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착취 등의 문제로 폭력을 피해 가출을 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할 수밖에 없어 소위 미등록 체류자(불법)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착취와 폭력에 취약한 미등록 이주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전담부처가 “여성가족부”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현장 활동가들의 입장에서 그동안 여가부가 수없이 불통했고, 무능했고, 때로 무관심하기까지 했어도 그래도 “여성”가족부였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여가부를 노동부에 고발할까, 폐지하라고 요구할까 진담인 듯 농담처럼 많은 이야기가 현장에서 오갔지만 여가부 폐지는 더욱 강화된 성평등 정책 요구가 담긴 것이었습니다. 여가부 폐지를 요구한다면 그동안의 정부기구로서의 무능을 문제 삼아 여성들이 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여성들이 처해 있는 현실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여성폭력의 문제, 그 어디쯤에선가 다치고 죽지 않도록 여성 폭력피해 지원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잘못하다가는 폭력 피해를 입고도 체류자격의 불법성이나 무고죄로 인해 피해를 안고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할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듭니다. 가뜩이나 피해자가 피해의 입증 책임까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피해를 입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공정”에 대한 심각한 훼손입니다. 이번 정권은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으로 여성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는 폭정의 시대로 시계를 되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주관하고 총괄하는 국가기구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선언한다고 선진국이 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또 경제력만 높아서 선진국이 아닐 것입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성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들을 마련하고 실천해낼 때 진짜 선진국일 것입니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에게 요구합니다.
여가부 폐지? 하려면 하십시오. 대신에 성평등 정책총괄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 정부 부처 모두가 성평등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무고죄 강화? 여성폭력범죄 피해자가 무려 90%에 이르는 것은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손쉬운 범죄 대상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구조적인 차별과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대응으로 해결하고 강화하십시오.
여성할당제? 30%로 구걸할 생각 없습니다. 곧 있을 지방선거, 앞으로도 이어질 수많은 선거에서 양당 모두 세상의 절반인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대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십시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그 강력한 ‘공정’과 ‘평등’의 의지를 성평등 정책과 의회의 남녀동수제를 통해 세계의 절반인 우리 여성들에게도 보여주길 바랍니다.
2022년 4월 6일
한국여성인권플러스(구 인천여성의전화)